같은 영화가 베니스에는 가고 칸에는 못 간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 경쟁부문 20편에 들었다. 넷플릭스가 배급하는 영화다. 출품은 200유로면 누구나 하지만 자리는 스물한 개뿐이고, 칸이었다면 이 영화는 출품 자격부터 없었다. 9월 23일 극장, 11월 6일 넷플릭스라는 일정표도 그 규정에서 나온다.

🇰🇷 한국·2026년 8월 19일·9분

영화제 초청 소식은 보통 작품이 좋아서 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같은 영화가 어떤 영화제에는 갈 수 있고 어떤 영화제에는 자격조차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작품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규정집이 다르기 때문이다.

7월 23일 베니스 사무국이 제83회 경쟁부문 스무 편을 발표했고, 그 안에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있다. 넷플릭스가 배급하는 영화다.

한눈에 보기

항목내용
작품「가능한 사랑」(Possible Love) · 이창동 연출 · 「버닝」(2018) 이후 8년 만
출연전도연 · 설경구 · 조인성 · 조여정
영화제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 2026년 9월 2~12일
발표2026년 7월 23일 기자회견 · 공개된 경쟁부문 20편 중 한국 영화 한 편
이후 일정제51회 토론토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 9월 23일 한국 극장11월 6일 넷플릭스 전 세계
기록한국 영화 12번째 베니스 경쟁 진출 · 2년 연속 · 이창동은 「오아시스」(2002) 이후 24년 만

이 표에서 서로 안 어울려 보이는 두 줄이 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곳의 경쟁부문과, 두 달 뒤 넷플릭스 전 세계 공개다. 예전 같으면 이 둘은 한 줄에 못 들어갔다. 실제로 지금도 못 들어가는 영화제가 있다.

두 부부와 다큐멘터리 한 편에서 시작한다

이야기의 축은 부부 둘이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해고된 노동자와 그의 아내를, 조여정과 조인성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을 연기한다. 네 사람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얽히고, 서로 대조적인 삶과 감춰 둔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이창동은 「밀양」(2007)·「시」(2010)·「버닝」(2018)을 만든 감독이다. 전도연은 그중 「밀양」으로 2007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니, 이번 작품은 19년 만의 재회이기도 하다. 조여정은 「기생충」(2019)의 그 어머니 역으로 해외 관객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다.

작품은 폴란드 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1988년 폴란드 TV로 만든 열 편짜리 연작 「데칼로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됐다. 십계명을 하나씩 현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이야기로 옮긴 연작인데, 이 정보는 예고편보다 많은 것을 말해 준다 — 큰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을 오래 들여다보는 쪽이라는 뜻이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전도연과 조여정이 거리를 두고 마주 선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200유로면 누구나 낸다 — 자리가 스물한 개일 뿐이다

베니스에 영화를 내는 일 자체는 닫혀 있지 않다. 공식 규정집에 절차와 금액이 그대로 적혀 있다.

규정내용
경쟁부문 규모장편 최대 21편 · 전원 월드 프리미어
완성 시점2025년 9월 6일 이후 완성작
사전 공개상업 배급 · 온라인 상영 · 타 국제영화제 상영 이력이 없어야 한다
출품 마감2026년 6월 4일 (장편)
출품료편당 200유로 · 5월 15일 이후 접수는 250유로
자막비이탈리아어 영화는 이탈리아어 또는 영어 자막 첨부
고르는 사람집행위원장 + 전문 스태프 + 지역별 통신원·국제 자문단

마지막 줄이 이 표의 핵심이다. 200유로는 입장료가 아니라 심사료다. 낸 다음에 스물한 칸에 들어갈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영화제 쪽이고, 올해 실제로 채워진 자리는 스무 개였다.

이것이 낸 사람을 일단 전부 투표 용지에 올리는 그래미와 정확히 반대되는 구조다. 그래미에서는 안 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베니스에서는 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 있다.

규정에는 또 하나 눈에 띄는 조항이 있다. 프로그램이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출품 사실 자체가 비공개다. 그래서 떨어진 영화의 목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같은 영화가 칸에서는 출품 자격부터 없다

그런데 이 규정집을 칸에 대 보면 결과가 뒤집힌다.

칸은 2018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만 경쟁부문에 초청한다. 계기는 2017년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가 넷플릭스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올랐고,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프랑스 극장업계가 반발했다. 이듬해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넷플릭스 영화가 공식부문에서 상영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베니스는 반대쪽으로 갔다. 2018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이곳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그 뒤로도 스트리밍 배급작에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영화제로 꼽힌다.

두 영화제의 차이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베니스
막는 것영화제 이전의 온라인 공개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것 자체
영화제 뒤 스트리밍 공개규정이 다루지 않는다프랑스 극장 개봉이 없으면 애초에 초청 대상이 아니다
넷플릭스 배급작 경쟁부문 수상있다 (2018년 「로마」 황금사자상)규정상 불가

「가능한 사랑」의 11월 6일은 9월 프리미어보다 뒤다. 그래서 베니스 규정에는 걸리지 않는다. 칸에서는 이 영화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자리까지 가지 못한다.

작품이 아니라 규정이 가른 것이다.

극장과 넷플릭스 사이 45일은 규정이 아니라 배급 결정이다

원래 이런 간격은 훨씬 길었다. 극장에서 충분히 돌린 뒤에야 다른 창구로 넘기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고, 지금도 나라에 따라 법으로 그 간격을 정해 둔 곳이 있다.

다만 「가능한 사랑」의 45일을 관행의 변화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베니스 규정이 요구하는 것은 길이가 아니라 순서다 — 영화제가 먼저, 온라인이 나중. 그 순서만 지키면 간격이 45일이든 6개월이든 규정은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숫자는 영화제가 정한 것이 아니라 배급사가 정한 것이다.

넷플릭스 배급작이 극장에 먼저 걸리는 일도 새롭지 않다. 2017년 「옥자」는 한국에서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공개였는데, 멀티플렉스 3사가 상영을 거부해 결국 단관 극장 위주로 걸렸다. 프랑스 극장업계만 반발했던 게 아니다.

영화가 몇 명을 만났는지 세는 방식도 창구마다 다르다. 한국 극장 성적은 관객 수로 발표되는데, 그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세는지는 스트리밍 공개 수치와 나란히 놓기 어렵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이 영화를 둘러싼 날짜는 셋인데, 그중 당신에게 확실한 것은 하나다.

나라9월 12일 밤 수상 발표를 보는 시각9월 23일 극장11월 6일
베트남 · 태국 · 인도네시아(자카르타)베니스보다 5시간 빠름 → 13일 새벽개봉 발표 없음넷플릭스 전 세계 공개에 포함
필리핀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6시간 빠름 → 13일 새벽개봉 발표 없음동일
한국7시간 빠름 → 13일 새벽극장 개봉45일 뒤 넷플릭스
일본7시간 빠름 → 13일 새벽개봉 발표 없음동일

폐막식은 현지 저녁에 열리므로 아시아에서는 대부분 다음 날 새벽에 결과가 나온다. 자고 일어나서 확인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극장 쪽은 기다릴 이유가 크지 않다. 한국 예술영화가 동남아 극장에 정기적으로 걸리는 일은 흔치 않고, 국제영화제나 시네마테크 특별 상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11월 6일은 이미 확정된 전 세계 공개일이다. 우리 동네 극장에 걸리는지 확인하느라 시간을 쓰기보다 그날을 달력에 적어 두는 쪽이 확실하다.

한 가지 더. 영화제 프리미어가 극장·스트리밍보다 먼저라는 것은 9월 초부터 평과 줄거리가 쏟아진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보고 싶다면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두 달을 피해 다녀야 한다.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작에게 이 기간은 짧은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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