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은 몸냄새가 거의 없을까
ABCC11 유전자의 변이와 건식 귀지 통계. 체질 차이는 문화를 바꾸고, 문화는 다시 우리의 일상을 바꿉니다.
한국 사람 중 상당수는 본인 몸에서 특별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20대가 넘어서야 알게 됩니다. 향수를 안 뿌려도 불편하지 않고, 데오도란트라는 물건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도 흔합니다. 이게 습관이나 청결 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유전적 특성에 가깝습니다.
ABCC11 유전자 — 한 글자가 만드는 차이
16번 염색체에 ABCC11이라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이 유전자 안의 단 한 염기 변이(rs17822931)가 우리 몸의 두 가지를 동시에 결정합니다.
첫째, 귀지의 상태. 이 변이를 가진 사람은 귀지가 건조하고 부서지는 타입(dry)이 됩니다. 변이가 없으면 끈끈하고 습한 타입(wet)이 됩니다.
둘째,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에서 특유의 체취를 만드는 땀샘인데, 건식 귀지를 가진 사람은 이 땀샘의 활동도 약합니다. 즉, 겨드랑이 냄새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 이 건식 유전자의 비율은 대단히 높습니다. 대략 90~97%가 건식 타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의 귀지를 한 번 살펴보면 대부분 부서지는 가루 형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체취가 약한 이유와 같은 유전자에서 나오는 결과입니다.
그래도 샤워는 매일 합니다
재미있는 건, 체취가 약한 한국인이 오히려 샤워를 더 자주 한다는 점입니다. 하루 한 번은 기본이고, 여름에는 두 번도 흔합니다. 목욕탕 문화가 세대의 공동 기억이 될 정도로 깊게 뿌리박혔고요.
이건 일종의 문화적 역설입니다. 원래 잘 나지 않는 것이 기준이다 보니, 아주 작은 냄새에도 금방 눈치를 채게 됩니다. 한국에서 "땀 냄새 난다"는 말이 꽤 강한 지적으로 들리는 이유도 같습니다. 낮은 기준선이 만든 예민함입니다.
체질이 음식을 바꿨을지도 모릅니다
마늘·김치·된장을 많이 먹으면 체취가 나지 않냐는 오해도 있는데,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마늘·양파의 황화합물이 피부로 배출되긴 하지만, 그걸 뚜렷한 "체취"로 인지할 만큼 농도가 올라가려면 상당히 많이 먹어야 합니다. 오히려 한국 사람이 매운 음식과 발효 음식을 오래 즐길 수 있었던 건, 강한 향신료를 써도 그걸 덮어야 할 원래의 체취가 별로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체질이 음식을 만들고, 음식이 다시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다시 체질을 강화합니다. 이 순환이 수천 년 쌓이면 "냄새 없는 민족"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이 됩니다.
유전자가 만드는 풍경
한국 거리에는 향수 광고보다 화장품 광고가 훨씬 많습니다. 지하철을 타도 강한 체취가 드뭅니다. 에어컨이 고장난 여름 지하철에서 땀에 젖은 수백 명이 같이 서 있어도, 공기가 생각보다 견딜 만합니다.
이 작은 일상의 풍경 뒤에, 16번 염색체의 한 글자가 있습니다. 유전자가 이렇게 조용히 도시의 공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가끔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