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는 '여름'이 있다 — 사계절이 없는 나라에서 그 화면을 보는 법

Viki 편집진이 여름에 볼 로맨스 드라마 6편을 골랐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의 '여름'은 배경이 아니라 서사 장치다. 사계절이 없는 곳에서 그 화면이 어떻게 읽히는지 짚었다.

🇰🇷 한국·2026년 8월 8일·10분

여름 드라마 〈마지막 썸머〉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찍었고, 2025년 11월 1일에 첫 방송했다.

찍을 때도 여름이 아니었고 틀 때도 여름이 아니었다.

한국 드라마의 계절은 달력에서 오지 않는다. 화면 안에서 조립되고, 조립된 그 계절이 하는 일은 배경이 아니라 시계다. 사계절이 없는 곳에서 이 시계를 못 읽으면 이야기의 절반이 빈다.

한눈에 보기

작품채널 · 방영회차화면 속 계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Summer Strike)ENA · 2022.11.21~12.2712부작여름에서 겨울로
〈마지막 썸머〉 (Last Summer)KBS 2TV · 2025.11.1~12.712부작여름 (촬영 2024.9~2025.2)
〈멜로가 체질〉JTBC · 2019.8.9~9.2816부작여름
〈선재 업고 튀어〉tvN · 2024.4.8~5.2816부작여름 (고교 시절 회상)
〈반짝이는 워터멜론〉tvN · 2023.9.25~11.1416부작여름 (1995년 회상)
〈커피프린스 1호점〉MBC · 2007.7.2~8.2717부작여름

여섯 편 중 실제로 여름에 방송된 것은 두 편뿐이다. 표의 둘째 열과 넷째 열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뜻인데, 표가 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다음 질문이다 — 방영 시점도 아니고 촬영 시점도 아니라면, 화면 속 여름은 대체 언제인가.

여섯 편 모두 Viki에 올라 있고, Soompi와 Viki 편집진이 "여름에 보기 좋은 로맨스"로 각자 한 편씩 고른 목록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설현과 임시완이 나오는 12부작으로, 회사를 그만둔 여자가 바닷가 마을로 내려가는 이야기다. 〈마지막 썸머〉는 이재욱이 쌍둥이 형제를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최성은·김건우가 함께 나온다.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방송가 친구 셋의 이야기이고, 〈커피프린스 1호점〉은 공유·윤은혜의 2007년작으로 동명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며 반응이 좋아 16부작에서 17부작으로 한 회 늘어났다.

한국의 여름은 118일이고, 계속 길어지고 있다

화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실제 계절부터 재 둔다. 최근 30년(1991~2020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장 긴 계절은 여름이고, 길이는 118일이다.

지표과거최근차이
여름 길이98일 (1912~1940년)118일 (1991~2020년)+20일
여름 시작일6월 11일5월 31일11일 빨라짐
여름 종료일9월 17일9월 26일9일 늦어짐
연간 폭염일수8.3일 (1973~1982년)18.3일 (2016~2025년)2.2배
연간 열대야일수4.1일 (1973~1982년)12.2일 (2016~2025년)3.0배

이 표의 단위는 전부 '날'인데, 드라마가 쓰는 여름의 단위는 '장면'이다. 118일이 몇 개의 컷으로 압축되는지는 기상 통계가 알려 주지 않는다.

장마도 표에 넣기 어려운 항목이 됐다. 기상청은 2008년부터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 발표를 중단했고, 2021년에는 '장마전선'이라는 용어 자체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2020년에는 54일로 역대 최장이었는데 2021년과 2025년에는 2주 수준으로 끝났다. 한국인에게도 여름 비는 예측 대상이 아니게 됐다.

여름 드라마를 여름에 찍는다는 것은 착각이다

〈마지막 썸머〉는 2024년 9월에 촬영을 시작해 2025년 2월에 마쳤다. 여름 장면을 찍은 시기는 초가을이었고, 나머지는 겨울에 찍었다. 그리고 방송은 11월과 12월에 나갔다.

여름 드라마니까 여름에 찍었으리라는 짐작은 착각이고, 이건 한 편만의 사정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 방식이 이 어긋남을 만든다. 크게 세 가지가 섞여 있다. 전편을 미리 찍는 사전제작, 절반쯤 찍어 놓고 방영을 시작하는 부분 사전제작, 그리고 방영 1~2개월 전에 촬영을 시작해 방송 중에도 계속 찍는 방식이다. 글로벌 스트리밍이 동시 공개를 요구하면서 사전제작 비중이 늘었고, 그만큼 촬영과 방영 사이의 간격도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화면의 여름은 실제 여름의 기록이 아니라 재현이다. 나뭇잎을 고르고, 매미 소리를 얹고, 옷을 갈아입혀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정형화된다 — 진짜 여름보다 여름다운 여름이 화면에 남는다.

매미 소리는 배경음이 아니라 자막이다

여름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만 떼어 보면 이 재현의 방식이 보인다.

말매미의 울음은 80~100데시벨이다. 80데시벨은 지하철이 역사로 들어올 때의 소음과 비슷하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서 서울 도심의 말매미 밀도는 경기도 농촌의 약 10배로 나타났는데, 도시의 높은 기온이 생존율과 번식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게다가 매미는 본래 빛이 있을 때 우는데 도시는 밤에도 밝아서, 서울에서는 새벽에도 운다.

한국 드라마에서 매미 소리가 깔리면 두 가지가 동시에 전달된다. 계절이 여름이라는 것과, 시간대가 한낮이라는 것이다. 대사 한 줄 없이 자막 두 줄어치의 정보가 소리로 들어온다.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재료가 더 있다.

  • 소나기 — 예고 없이 쏟아지고 20분이면 그친다. 우산 없이 처마 밑에 갇히는 장면이 여기서 나온다
  • 교복과 여름 방학 — 청춘물이 여름을 고르는 이유다. 학교 밖 시간을 그리기 좋고 옷이 가벼워 시대 표현이 뚜렷하다
  • 선풍기와 에어컨 실외기 — 실내의 더위와 그 집의 형편을 한 컷에 보여 준다
  • 바다와 계곡 — 인물이 도시를 벗어났다는 신호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1995년으로, 〈선재 업고 튀어〉가 고교 시절로 돌아갈 때 배경이 여름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여름은 방학이 있어서 학교 밖 시간을 만들기 쉽고, 옷차림이 가벼워 어느 연대인지가 한눈에 드러난다.

계절이 바뀌면 자막 없이 시간이 흐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따로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계절은 시간의 경과를 표시하는 장치다.

인물이 여름에 헤어지고 겨울에 다시 만나면 화면에 "6개월 후"를 띄울 필요가 없다. 나뭇잎과 옷차림이 이미 그 정보를 갖고 있다. 눈이 내리면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고, 벚꽃이 피면 새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건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만 작동하는 문법이다.

말투가 관계의 변화를 표시하듯 계절은 시간의 변화를 표시한다 — 둘 다 자막에 잘 안 남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럼 말투 쪽은 무엇을 놓치고 있나. 존댓말이 자막에서 사라지는 자리가 같은 질문을 언어 쪽에서 다룬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동남아 대부분은 사계절 대신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나무는 일 년 내내 초록이고 옷차림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화면이 다르게 읽힌다.

상황한국 화면이 뜻하는 것당신 자리에서 할 일
낙엽·눈이 나온다몇 달이 지났다"분위기가 바뀌었다"로 넘기지 말 것. 계절 전환은 자막 없는 시간 경과다
매미 소리가 깔린다여름 한낮. 회상 장면의 신호이기도 하다소리가 갑자기 들어오면 시점이 과거로 넘어갔는지 확인
소나기에 갇힌다20분이면 그치는 비. 짧아서 극적 장치가 된다우기의 비와 성격이 다르다. 길이가 짧은 것이 요점
교복이 나오는데 학교가 없다여름 방학 중시기를 알려 주는 단서
인물이 "이번 여름이 마지막"이라고 한다한국의 여름은 118일이고 나머지 247일은 여름이 아니다일 년 내내 더운 곳에서는 이 아쉬움이 자동으로 안 생긴다. 알고 보면 대사의 무게가 달라진다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독자라면우기의 시작·끝이 계절 감각을 대신한다우기 첫비와 건기 끝을 떠올리면 한국의 초여름·늦여름에 대응된다

실용적인 이야기 하나. 위 여섯 편이 전부 같은 플랫폼에 있다는 것은 편하지만, 플랫폼의 서비스 국가와 자막 언어는 나라마다 다르다. 목록에 있다는 것과 당신 나라에서 당신 언어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별개다. Viki는 지역별 라이선스가 작품 단위로 갈리는 서비스라 특히 그렇다.

여름이 20일 길어지는 동안 드라마 속 여름은 여전히 짧다. 화면이 실제 기후를 따라잡으면 그때도 여름은 아쉬운 계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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