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은 깔렸는데 가입이 안 된다 — 배민이 연 것과 아직 막힌 것
단기 체류 외국인은 선불 유심·eSIM으로 한국 휴대전화 본인인증이 되지 않아 배달앱 가입 자체가 막혀 왔다. 배민이 2024년 해외 카드, 2026년 해외 번호 인증을 열었다. 아직 막힌 것까지.
한국 여행 콘텐츠를 보다 보면 배달 앱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새벽 두 시에 치킨이 오고, 편의점 물건도 배달되고, 한강 공원 잔디밭 위로도 배달이 온다는 이야기.
그런데 막상 앱을 깔면 많은 여행자가 첫 화면을 못 넘긴다. 유튜브에 출연한 한 외국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선 개인 인증이 안 되면 배달이 어렵다", 그리고 "단기 여행자들은 eSIM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 등록이 어려워 배달어플 사용이 아예 불가하다"고.
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앱의 문을 여는 열쇠가 여행자에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6년에 그 열쇠가 하나 더 만들어졌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관문의 정체 | 한국 통신사에서 개통한, 명의가 확인된 휴대전화 번호 |
| 여행자가 걸리는 이유 | 여권만으로 사는 선불 유심·eSIM 은 그 전제 밖에 있다 |
| 배달의민족 1차 개방 | 2024년 3월 26일 — 해외 휴대폰·해외 카드 결제 |
| 배달의민족 2차 개방 | 2026년 — 해외 전화번호로 인증번호 수신 + 애플페이 해외카드(VISA·Master·JCB·Amex) |
| 서울시 협업 | 2026년 8월 1~31일 여의도·뚝섬 한강공원 대상 업무협약 |
| 카카오T | 해외 발행 카드 결제 개방 |
| 캐치테이블(식당 예약) | 글로벌 버전에서 이메일만으로 가입 |
| 정부 과제 | '여권·전자우편·해외 신용카드 등 인증 방식 다양화' |
표는 무엇이 열렸는지를 보여 주지만 무엇이 아직 닫혀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열린 줄은 전부 '결제' 아니면 '인증' 중 한쪽이고, 둘을 함께 연 곳은 아직 배달의민족뿐이다. 그래서 이 글의 핵심은 목록이 아니라 그 목록에 붙은 단서다.
관문의 이름은 '휴대전화 본인인증'이다
한국의 온라인 서비스는 가입·결제·예약 단계에서 본인이 맞는지를 휴대전화 번호로 확인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표준처럼 써 왔다. 화면에 통신사를 고르는 버튼이 뜨고, 문자로 온 숫자를 넣으면 통과되는 그 절차다.
이 방식은 한국 안에서는 대단히 매끄럽게 작동한다. 번호 하나로 신원이 확인되니 별도 서류가 필요 없다. 문제는 이 절차가 한국 통신사와 계약해 개통한, 명의가 확인된 번호를 전제로 짜여 있다는 점이다.
짧게 머무는 여행자는 대개 그 전제 밖에 있다. 여권만 보여주고 사는 선불 유심이나, 아예 물리 유심이 없는 eSIM을 쓴다. 전화는 걸리고 데이터도 잘 터진다. 그런데 그 번호로는 본인인증 화면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은 되는데 신원 확인은 안 되는 상태가 되는 셈이다.
왜 번호 하나가 신분증이 됐나
그런데 이 벽은 왜 그렇게 오래 버텼을까? 제도의 생김새를 봐야 답이 보인다.
한국에서 휴대전화 번호는 단순한 연락처가 아니다. 은행·관공서·쇼핑·중고거래까지 같은 번호 하나에 묶여 있어서, 사실상 온라인 신분증처럼 쓰인다. 이 방식은 사기와 명의도용을 막는 데 유리한 면이 분명히 있다 — 번호를 개통하는 단계에서 이미 신원 확인이 한 번 끝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서비스 입장에서 인증을 푼다는 것은 편의 기능 하나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을 하나 새로 설계하는 일이 된다. 결제 사고가 났을 때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까지 정해야 한다. 서비스마다 열리는 속도가 제각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6년에 열린 문
가장 크게 움직인 곳은 배달의민족이다.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2024년 3월 26일) — 해외 휴대폰과 해외 카드를 가진 사람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결제는 열렸지만 가입 단계의 인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2단계(2026년) — 해외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인증번호를 받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번호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라, 여행자에게는 이쪽이 실질적인 개방이다. 결제 수단도 애플페이 해외 발급 신용카드(VISA·마스터·JCB·아멕스) 와 중국 간편결제까지 넓어졌다.
여기에 서울시가 붙었다. 2026년 7월 29일 서울시와 배달의민족이 업무협약을 맺고, 8월 1일부터 31일까지 '2026 한강 밤핑' 기간에 여의도·뚝섬 한강공원을 찾는 외국인이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도록 외국어 안내를 함께 붙였다. 한강 잔디밭 위로 치킨이 온다는 그 장면이, 여행자에게도 열린 것이다.
다른 서비스들도 방향은 같다. 그 전에 무엇부터 깔아야 하는지는 한국에서 구글맵을 켜면 도보 길찾기가 안 나오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다.
| 서비스 | 무엇이 열렸나 |
|---|---|
| 배달의민족 | 해외 번호 인증 · 해외 카드 · 애플페이 해외카드 · 중국 간편결제 |
| 카카오T(택시 호출) | 해외 발행 카드 결제 |
| 캐치테이블(식당 예약) | 글로벌 버전에서 이메일 주소만으로 가입 |
| 중고거래 앱 | 지역 인증까지 요구해 여전히 닫혀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
정부 차원의 문제 인식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0만 명이 넘는 인바운드 여행객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외래 관광객 조사에서 개선 과제로 꼽힌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 휴대전화 인증 방식 이외 여권·전자우편·해외 신용카드 등 인증 방식 다양화' 였다. 앱을 더 잘 만들라는 주문이 아니라, 문을 여는 방식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그래도 '이제 다 된다'는 아니다
위 표를 보고 일반화하면 현장에서 다시 막힌다. 열린 것은 서비스별로, 기능별로 열렸다.
- 배달 앱 하나가 열렸다고 다른 배달 앱도 열린 것은 아니다
- 결제가 열린 것과 가입이 열린 것은 다르다. 배민의 2024년과 2026년이 정확히 그 차이였다
- 프로모션·쿠폰·포인트처럼 한국 회원 전용으로 남는 기능이 있다
- 서울시 협약처럼 기간과 장소가 정해진 개방도 있다
그래서 여행 직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 앱은 이제 외국인도 다 쓸 수 있다'는 문장은 아직 이르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 상황 | 실제로 할 일 |
|---|---|
| 체류 기간 확인 | 외국인등록증이 나오는 장기 체류자와 90일 이하 단기 여행자는 애초에 다른 경로를 탄다. 유학·취업이라면 등록증 발급 이후 대부분의 벽이 낮아진다. 이 글은 그 앞 단계 이야기다 |
| 카드 준비 | 해외 발행 비자/마스터 계열 카드를 하나 준비한다. 위 개선이 전부 그 방향이었다. 다만 서비스마다 지원 범위가 다르니 결제가 한 번 실패하는 것을 전제로 대안을 준비해 둔다 |
| 애플페이 | 배민이 애플페이 해외카드를 받기 시작했다. 아이폰을 쓴다면 출발 전에 지갑에 카드를 등록해 두면 현장에서 한 단계가 줄어든다 |
| 가입 순서 | 이메일 가입이 되는 서비스부터 연다. 식당 예약처럼 이메일만으로 열리는 곳이 늘고 있다 |
| 그래도 막히면 | 숙소를 쓴다. 호텔 프런트나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게 부탁하는 방법은 실제로 흔하다. 사람을 한 명 거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우회로다 |
| 주소 입력 | 배달은 주소가 정확해야 한다. 한강공원처럼 번지수가 없는 곳은 지정 배달 구역이 따로 있다. 앱 안내를 먼저 읽는다 |
무엇을 깔지보다 무엇이 실제로 열리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시간을 아낀다. 그리고 그 목록은 지금 매년 바뀌고 있다.
더 읽을거리
- 3,000원짜리 카드 한 장에 하루 5,000원 무제한 — 같은 결제 장벽이 교통에서 풀린 사례
- 한국인 3,325만 명이 같은 쇼핑 앱을 쓴다 — 이 인증 뒤에 무엇이 있는지
- K팝 티켓은 이제 한국 팬이 하루 먼저 산다 — 같은 인증 구조가 콘서트 좌석에서 반복되는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