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부순 해에 땅값은 44% 올라 있었다

송중기가 2016년 이태원에 100억 원에 산 주택은 2020년 2월에 철거됐다. 건물이 없던 그해, 이 땅의 개별공시지가는 3년 전보다 44% 오른 67억 6,046만 원이었다. 한국에서 값이 건물이 아니라 땅에 적혀 있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세법과 정비법이 그렇게 정해 둔 결과다.

🇰🇷 한국·2026년 8월 21일·8분

집을 부수면 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서울 이태원의 한 필지는 건물이 사라진 해에 땅값이 3년 전보다 44% 올라 있었다. 배우 송중기가 2016년 11월 100억 원에 산 단독주택 자리다. 2020년 2월에 기존 집을 헐었고, 그해 이 땅의 개별공시지가는 67억 6,046만 원으로 매겨졌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값은 건물이 아니라 땅에 적혀 있고, 그것은 사는 사람들의 취향이 아니라 법이 그렇게 적어 둔 결과다.

한눈에 보기

시점그 자리에 있던 건물개별공시지가 (대지 602㎡)
2016년 11월 15일기존 단독주택 — 100억 원에 매입
2017년기존 단독주택46억 9,560만 원
2018년 11월 16일기존 단독주택 — 건축허가
2020년 2월철거. 건물이 없다67억 6,046만 원 (3년 새 +44.0%)
2021년골조 공사 중약 72억 5,000만 원 (2017년 대비 +54.6%)
2022년 2월 8일지하 3층·지상 2층 신축 완공

값이 가장 크게 오른 구간과 건물이 멀쩡했던 구간이 겹치지 않는다. 2017년에서 2020년 사이에 이 땅 위의 집은 낡아 갔고 마지막에는 아예 없어졌는데, 그동안 공시지가는 20억 6,486만 원 올랐다.

그러니 이 숫자는 집값이 아니다. 집이 없는 동안에도 매겨진 값이다.

값이 오른 것은 집이 아니라 필지 번호였다

이 자리의 대지는 602㎡, 한국식으로 182평이다. 공시지가를 면적으로 나누면 2017년에 ㎡당 약 780만 원, 2021년에 약 1,204만 원이 된다. 같은 넓이의 같은 자리인데 4년 만에 단가가 그만큼 올랐다.

그 위에서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다. 2018년 11월에 건축허가가 났고, 2020년 2월에 기존 주택을 헐었고, 당초 2021년 6월로 잡았던 준공은 여덟 달 밀려 2022년 2월 8일에야 끝났다. 공사가 늦어지는 동안 이 땅에는 완성된 건물이 없었다.

은행이 본 것도 같았다. 매입 당시 이 부동산에는 80억 원 규모의 근저당이 잡혔고, 2020년부터는 39억 원대로 다시 설정됐다.

담보로 잡힌 것은 있다가 없어진 건물이 아니라 지번이 붙은 땅이다.

한국 부동산에서 오래된 집이 붙은 땅을 사는 사람이 종종 철거를 전제로 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건물이 값을 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헐어내는 데 돈이 든다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잡힌다.

이 사례에서 지하를 3층까지 판 것도 같은 계산이다. 땅이 비싸고 좁으면 쓸 수 있는 면적을 위로 못 늘리는 대신 아래로 늘린다.

세법은 건물이 40년이면 다 닳는다고 적어 두었다

여기까지는 시장의 관행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것은 관행이기 전에 문서에 적힌 기준이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표 5는 건축물의 기준내용연수를 정해 놓았다.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철근콘크리트조, 석조 건물은 40년이고, 회계상 인정되는 범위가 30년에서 50년이다. 즉 세법은 콘크리트 건물이 40년쯤 지나면 장부에서 가치가 다 없어지는 물건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같은 규정에서 토지는 감가상각 자산이 아니다. 닳는 것으로 보지 않으므로 해마다 값을 깎지 않는다.

한쪽은 매년 줄고 한쪽은 안 줄어든다.

이것이 40년 반복되면 남는 결과는 하나뿐이다.

건물토지
세법상 성격감가상각 자산감가상각하지 않는다
기준내용연수40년 (철근콘크리트조)
40년 뒤 장부가사실상 0매입가 그대로
그래서 거래에서헐 것을 전제로 값을 뺀다값의 거의 전부

이 표는 회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매매 협상 자리에서 그대로 쓰인다. 파는 쪽도 사는 쪽도 건물을 '남은 연수'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쓴 '땅값'은 시세가 아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이 글이 인용한 46억, 67억, 72억은 개별공시지가이고, 그것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값이 아니라 세금을 매기기 위해 정부가 산정한 값이다.

매입가가 100억이었는데 이듬해 공시지가가 46억 9,560만 원이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정부가 목표로 잡아 온 현실화율은 시세의 70% 안팎 수준이고, 2026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3.35%, 서울 4.89% 올랐다.

한 필지에 장부가 두 개 있는 셈이다.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은 같은 땅을 재는데 목적이 달라 숫자가 다르다. 한국 부동산 기사를 읽을 때 오해가 가장 자주 생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 어느 장부에서 뽑은 숫자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두 배 가까이 틀린 그림을 갖게 된다.

이 글이 '200억'이라는 추정 시세보다 공시지가를 앞세운 것도 그래서다. 추정 시세는 매체가 인용한 평가일 뿐 거래로 확인된 값이 아니지만, 공시지가는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다시 매겨져 연도끼리 비교할 수 있다.

아파트에서는 같은 논리가 '30년'이라는 숫자로 나온다

단독주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아파트 단지에서 준공 30년 안팎이 되면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30년도 느낌이 아니라 규정에 있는 숫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은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준공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서울시는 30년을 쓴다. 2025년 시행된 개정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이라는 이름이 **'재건축진단'**으로 바뀌었고, 준공 30년이 지난 단지는 진단을 나중에 마치는 조건으로 사업에 먼저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건물이 물리적으로 못 쓰게 돼서 허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땅에 더 높고 더 많이 지을 수 있으면 이익이 나고, 그 시계가 30년에 맞춰져 있다.

다만 아파트에서는 갈라지는 지점이 하나 있다. 단독주택 주인은 자기 필지 전체를 혼자 결정하지만, 아파트 소유자가 가진 것은 단지 전체 땅의 지분이다. 그래서 값이 아무리 땅에 붙어 있어도 그 땅을 어떻게 할지는 혼자 못 정하고, 열쇠가 소유권에서 수백 세대가 참여하는 표 대결로 넘어간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값이 땅에 붙어 있다면 다음 질문은 하나다. 그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나라외국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나실제로 열려 있는 것
한국취득할 수 있다 (거래 신고 대상)토지·건물 모두. 값의 대부분은 토지 쪽에 있다
베트남소유 자체가 없다 — 토지는 전인민 소유다토지사용권. 외국인 주택 소유는 50년, 1회 50년 연장
태국원칙적으로 불가콘도미니엄 — 한 건물 전용면적의 **49%**까지가 외국인 몫
필리핀헌법이 금지한다콘도미니엄 — 한 프로젝트의 **40%**까지

표를 보면 한국의 위치가 분명해진다. 값이 땅에 몰려 있는 나라이면서, 그 땅을 외국인에게도 여는 나라다.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이 콘도부터 알아보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토지가 애초에 선택지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다른 길로 같은 결론에 닿는다. 일본 세법은 목조 주택의 법정내용연수를 22년으로 잡는데, 이 연수를 넘긴 중고 주택은 거래에서 건물값이 사실상 0으로 취급된다.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건물이 지워지고, 그래서 남는 것이 땅값이다.

한국에 살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실용적으로 남는 것은 이 정도다. 매물을 볼 때 건물의 상태보다 지번과 대지면적을 먼저 확인하고, 기사에 나온 금액이 실거래가인지 공시가격인지 구분하고, 아파트라면 준공 연도를 세어 30년까지 몇 해가 남았는지 계산해 보는 것.

남는 질문

이 글이 다룬 집은 2022년에 완공됐다. 세법의 표대로라면 이 건물의 장부가는 2062년에 0이 된다.

그때 이 필지에서 값을 갖고 있을 것은 무엇일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도시에 올라가고 있는 새 건물들은 무엇을 위해 지어지고 있는 것일까 — 살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 아래 땅에 붙은 값이 정산될 때까지 버티기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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