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혼자 달리는 데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 다섯 명이 되면 규칙이 생긴다

러닝 인구 1,000만, 마라톤 참가자 100만 8,122명. 그런데 2024년 10월부터 반포종합운동장은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금지했고, 1,500명짜리 한강 대회는 개최 이틀 전에 멈췄다. 달리기의 진입 비용이 인원수에 따라 어떻게 올라가는지 정리했다.

🇰🇷 한국·2026년 8월 17일·8분

서울에 다녀온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해가 지고 나면 한강 산책로에 같은 옷을 입은 무리가 줄지어 달린다. 동호회 같기도 하고 행사 같기도 한데, 매일 밤 있다.

이 붐은 대개 "달리기는 신발만 있으면 되니까"로 설명된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은 그 반대다. 달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몇 명이 함께 달리느냐에 따라 필요한 것이 하나씩 붙었다.

한눈에 보기

함께 달리는 인원필요한 것근거
1~2명없음한강 산책로는 24시간 개방
3명 이상 (송파구 석촌호수)자제 요청현수막 안내
5명 이상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금지 — 트랙 단체 달리기2024년 10월 1일 시행, 인원 간 2m 이격 규정 포함
500명 이상 (한강공원)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사용승인하천법 제33조 1항(하천의 점용허가)
코스가 여러 구를 지날 때자치구별 승인을 각각2026년 5월 실제 분쟁 사례

이 표가 말하지 않는 것은 순서다. 위 규칙들은 붐보다 먼저 있던 것이 아니라, 붐이 만든 마찰 때문에 2024년 하반기부터 하나씩 생겼다. 즉 지금 한국에서 달리기의 비용은 고정값이 아니라 여전히 올라가는 중인 값이다.

4년 만에 참가자가 9천 명에서 100만 명이 됐다

경찰청이 2025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국내 마라톤 대회는 254회, 총 참가 인원은 100만 8,122명이었다. 대회 하나당 평균 4,000명 꼴이고, 주말마다 어딘가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앞 4년이다.

연도마라톤 대회 참가자
2020약 9,000명
2021약 3만 명
2022약 32만 명
2023약 73만 명
2024100만 8,122명

2020년의 9,000명은 달리는 사람이 없어서 나온 숫자가 아니다. 대회가 열리지 못한 해의 숫자다. 그러니 "5년 만에 100배"라는 식의 표현은 기준연도가 코로나 바닥이라는 사실을 빼고 읽으면 과장이 된다.

그래도 2022년 32만에서 2024년 100만으로 가는 구간은 방역과 무관하다. 이 2년치가 지금 한강에서 보이는 장면을 만든 실제 증가분이고, 참가자의 60% 이상이 20~30대다. 마라톤이 중장년의 운동이라는 통념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조깅·달리기 경험률은 2021년 23%에서 2023년 32%로 올랐고, 국내 러닝 인구는 2025년 기준 1,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5,100만 명인 나라에서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다.

진입 비용이 0이라는 말은 혼자 달릴 때만 참이다

문제는 이 운동이 사교 방식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러닝크루'라 불리는 모임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 사람이 아니라 열 명이 한 줄로 달리는 장면이 기본값이 됐다.

2024년 9월 서초구에 접수된 민원은 구체적이다. "팀 짜서 뛰는 러닝크루 분들이 트랙을 단체로 점유해서 4~5줄 차지하면서 걷는 분들에게 트랙 밖으로 비키라고 소리를 지른다"는 내용이었다. 서초구는 그해 10월 1일부터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고, 트랙 안에서 사람 사이 간격을 2m 이상으로 두도록 했다.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3명 이상 달리기를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여의도공원에는 러닝크루를 대상으로 한 금지 사항 안내문이 따로 서 있다.

모든 지자체가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은 비슷한 민원을 받고도 제재 규칙 도입을 거절했고, 현장 계도와 안내 방송으로만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규칙이 생긴 곳과 안 생긴 곳이 섞여 있다는 뜻이라, 어느 코스로 갈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참고로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17조가 금지하는 것은 나무 훼손, 심한 소음, 무단 야영, 쓰레기 투기 등이다. 러닝크루를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나오는 상의 탈의는 과태료 부과 대상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규칙이 있는 항목과 정서적 불편의 목록이 서로 다르다.

1,500명짜리 대회가 개최 이틀 전에 멈췄다

2026년 5월 16일 열릴 예정이던 제4회 서울한강울트라마라톤은 개최 이틀 전인 5월 14일 잠정 연기됐다. 참가자 1,500명 이상, 종목은 100km와 50km, 참가비는 8만~10만 원이었다.

주최 측은 3월 초 동대문구청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코스는 동대문구 장안1수변공원에서 출발해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일대를 지나는 구간이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입장은 달랐다. 한강공원에서 500명 이상 규모의 마라톤을 열려면 별도의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고, 하천법 제33조 1항(하천의 점용허가)을 위반한 무단 행사로 보아 형사 고발하겠다고 했다. 동대문구청도 처음에는 자기 관할만 검토해 승인했다가, 나중에는 코스가 지나는 자치구와 관리 주체의 승인을 각각 받아야 완전한 개최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강은 하나의 공원처럼 보이지만 관리 주체가 하나가 아니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코스는 여러 자치구를 지나고, 한강공원 구역은 그 위에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따로 관리한다. 한 곳에서 도장을 받아도 코스 전체가 열리지 않는 구조다.

참가자 입장에서 이 사건의 교훈은 하나다. 참가비를 결제했다는 것이 그 대회가 열린다는 보증은 아니다.

돈은 신발이 아니라 옷과 참가비로도 갔다

시장 쪽 숫자는 붐의 크기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운동화 시장은 2021년 2조 7,700억 원에서 2024년 4조 원 이상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그 안에서 러닝화만 1조 원을 넘겼다. 스케쳐스의 2024년 국내 운동화 매출은 약 3,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그런데 더 가파르게 자란 쪽은 신발이 아니라 옷이다. 안다르의 2025년 2분기 매출은 891억 원, 영업이익 133억 원으로 각각 33%·27% 늘어 역대 최대였다. 젝시믹스의 러닝 컬렉션 'RX'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넘겼고, 코오롱FnC의 러닝 라인은 2025년 9~10월 기준 전년 대비 145% 늘었다.

여기에 참가비가 붙는다. 앞의 울트라마라톤이 8만~10만 원이었고, 일반적인 대회도 참가비를 받는다. 100만 명이 한 해에 대회에 나갔다는 것은 그만한 금액이 이 시장에 따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지역 경제 효과도 계산되는데, 춘천마라톤 150억 원, 경주벚꽃마라톤 90억 원 규모다.

신발 시장이 갈라지는 방향도 함께 봐 둘 만하다. 한국 남자 신발에서 굽이 빠지고 있다는 흐름과 러닝화 1조 원은 같은 매대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일이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하려는 것준비주의
혼자·둘이 한강에서 달리기없음산책로는 24시간 개방. 성수기는 봄·가을
러닝크루에 끼기모임 시간·집결지·페이스 확인코스에 인원 제한 구간이 있는지 크루에 먼저 묻는다
대회 참가공식 페이지에서 외국인 참가 가능 여부 확인등록 화면이 한국 휴대전화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대형 대회 참가개최 승인 여부500명 이상 한강공원 행사는 사용승인이 필요하다
여름·겨울 달리기계절별 장비여름 한낮은 습도가 높아 위험하고 겨울은 영하로 내려간다

여행 일정에 새벽이나 밤 시간을 한 칸 비워 두는 것은 여전히 좋은 선택이다. 한강 산책로는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공간이고, 관광 코스에서 볼 수 없는 도시의 얼굴이 그 시간대에 나온다. 달리지 않고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

크루에 끼려 한다면 참가비보다 코스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상당수 크루가 소셜미디어로 모집하고 참가비가 없지만, 반포종합운동장처럼 인원 제한이 있는 구간이 코스에 들어 있으면 그날 현장에서 제지를 받을 수 있다. 자기 페이스보다 빠른 그룹에 들어가면 그날 하루가 고생이라는 점도 그대로다.

대회 등록에서 막히는 지점은 대개 결제가 아니라 인증이다. 한국 서비스가 여행자를 세우는 관문은 거의 항상 한국 휴대전화 번호 본인확인이고, 러닝 대회 등록 화면도 예외가 아니다.

달리기가 싫다면 같은 시간대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 한국에서 인구 대비 참여자가 더 많은 야외 활동은 오래전부터 등산이었고, 그쪽은 아직 인원 제한 논쟁이 붙지 않았다.

규칙이 붙는 속도가 사람이 느는 속도를 못 따라가는 동안, 다음에 정해질 숫자는 몇 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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