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의 회식은 왜 거절하기 어려운가 — 법과 관행이 어긋난 자리
회식은 근로시간이 아닌데 거기서 다치면 산재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6,373건, 주 52시간과 베트남 연 200시간의 차이, 눈치가 실제로 읽는 네 가지를 정리했다.
회식 이야기는 보통 문화로 소비된다. 술을 따르는 각도, 두 손으로 받는 잔, 고개를 돌리고 마시는 동작 같은 것들이다.
한국의 통계에서 같은 장면은 다른 항목에 들어가 있다. 2025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6,373건이었고, 회식 참석 강요는 그 신고 유형 목록에 이름을 올려 두고 있다. 문화로 읽히는 자리가 제도에서는 분쟁으로 분류돼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제도가 회식을 근로시간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어긋남을 편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한국의 현재 상태 | 근거 |
|---|---|---|
| 직장 내 괴롭힘 신고 | 16,373건 (2024년 13,601건 → +20.3%) | 고용노동부 접수 통계 |
| 제도 시행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2019년 7월 시행 | 근로기준법 |
| 신고 첫해와 비교 | 2019년 2,130건 → 6년 만에 약 8배 | 고용노동부 |
| 회식은 근로시간인가 | 아니다. 참석을 강제해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
| 회식 중 사고는 산재인가 | 될 수 있다. 사업주 지배·관리가 인정되면 업무상 재해 | 대법원 2007두1681 |
| 법정 근로시간 | 주 40시간 + 연장 12시간 = 주 52시간 | 근로기준법 |
| 선호하는 회식 형태 | 점심 회식 78% · 저녁 술자리 47% | 직장인 설문 |
| 회식으로 스트레스 | 71% — 1위 사유는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26%) | 직장인 설문 |
표에서 서로 부딪히는 줄은 네 번째와 다섯 번째다. 회식은 일한 시간으로 쳐 주지 않는데, 거기서 다치면 일하다 다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자리에 두 개의 다른 잣대가 얹혀 있고, 이 어긋남이 회식을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실제 구조다.
신고가 8배 늘어난 것은 회식이 나빠져서가 아니다
숫자만 보면 한국 직장이 6년 사이에 급격히 험해진 것처럼 읽힌다. 2019년 2,130건, 2023년 11,038건, 2024년 13,601건, 2025년 16,373건이다.
증가의 큰 몫은 제도가 생긴 데서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2019년 7월에 시행됐다. 그 전에는 같은 일이 있어도 접수될 창구가 없었다. 신고 건수는 발생 건수가 아니라 신고 가능해진 건수에 가깝다.
숫자가 늘어난 것은 사건이 늘어서가 아니라 이름이 생겨서다.
신고 유형도 넓어졌다. 회식 참석 강요, 폭언, 따돌림에 더해 사적 심부름 지시, 특정인만 회의에서 제외하기, 공개된 자리에서 모욕하기, 특정인에게만 낡은 장비를 지급하기 같은 사례가 실제 인정 예시로 제시된다. 술자리에서 노래를 강요당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사례가 보도된 적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은 별도 감독을 받는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4월과 9월에 취약 사업장 196곳을 집중 감독해 182곳에서 846건의 위법을 적발했고, 임금 체불은 123곳에서 2,742명분 약 17억 원이 확인됐다. 회식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임금 명세서라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회식이 근로시간은 아닌데 산재는 된다
한국 제도가 회식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는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근로시간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회식을 "기본적 노무 제공과는 관련 없이 구성원의 사기 진작과 조직 결속, 친목을 위한 자리"로 본다. 사업주가 참석을 강제하는 말을 했더라도 그것만으로 근로시간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행정해석의 입장이다. 근로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노동력을 처분 가능한 상태로 둔 시간을 뜻하는데, 회식은 그 정의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둘째, 그 자리에서 다치면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회식 주최자가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참석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비용을 누가 냈는지,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는지를 따져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판단한다. 회사가 주최하고 비용을 대고 참석이 사실상 강제된 자리라면 1차든 2차든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고, 대법원이 단체 회식 중 과음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 두 판단은 서로 모순이 아니다. 하나는 "임금을 더 줘야 하느냐"를 묻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책임져야 하느냐"를 묻는다. 질문이 다르니 답이 달라도 된다. 문제는 그 사이에 낀 사람이 겪는 감각이다. 시간은 내 것이 아닌데 위험은 회사 것이라는 상태에서, 거절할 근거를 찾기가 유난히 어려워진다.
눈치는 성격이 아니라 자리와 순서에서 읽는 정보다
눈치(nunchi)를 "분위기 파악"으로 옮기면 절반만 전달된다. 한국 직장에서 눈치는 감정이 아니라 정보의 위치에 가깝다. 말로 하지 않는 규칙이 자리 배치와 순서에 실려 있고, 그것을 읽는 능력을 눈치라고 부른다.
읽을 거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누가 상석에 앉는가, 잔은 누가 먼저 드는가, 누가 아직 안 일어섰는가, 계산은 누가 하는가. 이 네 가지가 그날 저녁의 위계를 거의 다 말해 준다. 그리고 그 위계는 말에도 그대로 실린다 — 존댓말과 반말이 갈리는 지점이 곧 관계의 선언이라는 것은 드라마 자막이 끝내 옮기지 못하는 층이기도 하다.
직급 호칭도 같은 장치다. 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는 단순한 연차 표시가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할 수 있는지를 담고 있고,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재벌가 호칭과 회사 직급이 뒤섞이는 장면은 그 구조를 압축해 보여 준다. 드라마 속 재벌이라는 단어가 현실 조직도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 두면 실제 사무실에서 덜 헷갈린다.
회식 문화 자체는 이미 이동 중이다. 직장인 설문에서 적절한 회식 형태로 점심 회식을 꼽은 비율이 78%였고 저녁 술자리는 47%였다. 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71%였고 그 1위 사유가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26%)였다. 술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라는 뜻이다.
베트남 노동법과 갈리는 지점은 시간이 아니라 끝나는 방식이다
법정 시간만 비교하면 두 나라가 크게 다르지 않다.
| 항목 | 한국 | 베트남 |
|---|---|---|
| 1일 기본 근로시간 | 8시간 | 8시간 |
| 1주 기본 근로시간 | 40시간 | 48시간 |
| 연장 한도 | 주 12시간 (합계 주 52시간) | 연 200시간, 예외 업종 연 300시간 |
| 연장 한도의 세는 단위 | 주 단위 | 연 단위 |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2019년) | 노동법 2019 및 관련 규정 |
| 퇴근 이후 회사 행사 | 근로시간 아님, 다만 산재는 가능 | 별도 규정보다 사업장 규칙에 의존 |
기본 시간은 오히려 한국이 짧다. 갈리는 것은 한도를 세는 단위다. 베트남은 1년 총량으로 관리해 성수기에 몰아 쓰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주 단위 상한이라 이번 주에 넘기면 그 주가 위법이 된다. 그래서 한국 사무실에서는 "오늘 몇 시까지"보다 "이번 주에 몇 시간 남았나"가 대화에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는 방식이 다르다. 퇴근 시각이 지나도 자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는 구조가 회식이고, 이건 법정 시간표에 표시되지 않는다. 재한 베트남 노동자가 약 149,000명, 유학생이 107,807명이라는 인구 지도를 놓고 보면, 이 어긋남을 매주 겪는 사람의 수가 적지 않다.
거절은 태도가 아니라 문장으로 한다
"못 갑니다"만 있으면 관계가 상한다. 한국 사무실에서 실제로 통하는 거절은 대부분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참석 의사 표시, 구체적인 사유, 다음 기회 제안이다.
- 1차만 참석하고 일어난다 — 가장 널리 통용되는 절충안이다. "1차까지만 있겠습니다"는 무례한 문장이 아니다
- 술 대신 마실 것을 미리 정한다 — 건강·복약·종교 사유는 대체로 더 묻지 않는다. 잔을 받고 안 마시는 것도 자리에서는 통한다
- 날짜를 먼저 제안한다 — 거절이 아니라 조정으로 보이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 강요가 반복되면 기록한다 — 날짜, 장소, 발언 내용, 목격자. 신고 절차는 이 기록에서 시작한다
- 참석했다면 귀가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 — 사업주 지배·관리 판단에서 '통상적인 경로'가 실제로 따져진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 어디에서 읽는가 | 실제로 달라지는 것 |
|---|---|
| 베트남 | 연 단위 연장 한도에 익숙하다면 한국의 주 단위 상한이 낯설다. 이번 주 남은 시간이 사무실 대화의 기본 단위라는 점을 먼저 익히는 편이 빠르다. 회식(hoesik)은 베트남의 nhậu 와 형태가 비슷해 보이지만 참석 범위와 끝나는 방식이 다르다 — 부서 단위로 소집되고, 상급자가 일어나야 자리가 정리된다 |
| 일본 | 노미카이와 구조가 가장 가깝다. 다만 한국은 잔을 돌리고 채워 주는 동작이 더 자주 나오고, 그만큼 마신 양이 눈에 덜 보인다 |
|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 상급자와의 회식이 상대적으로 짧고 자율적인 편이라, 2차·3차로 이어지는 구조가 가장 큰 차이로 느껴진다 |
| 영어권 | 팀 드링크는 있지만 참석이 평가와 연결된다는 감각이 약하다. 한국에서 그 연결이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규칙이 아니라 눈치의 영역에 남아 있는 점이 혼란의 원인이 된다 |
| 중국 | 술자리 위계 구조 자체는 익숙하지만, 한국은 직급 호칭 체계가 더 촘촘해서 누구에게 어떤 말투를 쓸지 결정할 변수가 많다 |
제도는 이미 회식 강요를 다룰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다. 정작 비어 있는 것은 그 언어를 자기 자리에서 꺼내 쓰는 순간이다. 신고 16,373건은 꺼낸 사람의 수이고, 꺼내지 않은 자리는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더 읽을거리
- 한국에 새로 오는 외국인 1위가 베트남으로 바뀌었다 — 이 일터에 누가 있는지의 숫자
- 존댓말은 '공손함'이 아니다 — 회식 자리에서 실제로 갈리는 층
- 드라마 속 '재벌'이라는 단어 — 조직도를 읽는 또 다른 어휘
- 식구라는 말이 밥을 같이 먹는 사이를 뜻하는 이유 — 같이 먹는 행위가 관계로 번역되는 자리
- 한국 화장품이 정품인지 확인하는 법 — 일터 밖에서 자주 묻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