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그 사진을 찍는 사람은 기자가 아니다 — '홈마'라는 자리
당신이 보는 아이돌 고화질 사진 대부분은 언론사가 아니라 팬이 찍었다. 대포 렌즈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굿즈로 파는 사람들, 홈마. 슬로건 한 장의 원가와 판매가, 포토북 500권의 수익 구조, 그리고 초상권·과세·사생활이라는 세 가지 문제까지.
아이돌의 고화질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항, 출근길, 무대 뒤, 콘서트. 배경이 흐려지고 얼굴만 선명하게 뜨는, 잡지 화보 같은 사진들.
그 사진의 상당수는 언론사가 찍은 것이 아니다. 팬이 찍은 것이다. 그리고 그 팬은 그 사진으로 돈을 번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숫자 | 기준 |
|---|---|---|
| 슬로건 판매가 | 평균 1만 8,000원 | 국내 보도 |
| 슬로건 원가 | 100장 이상 주문 시 장당 6,000~7,500원 | 같은 보도 |
| 슬로건 100장 이윤 | 장당 약 1만 1,100원 | 100장이면 약 111만 원 |
| 포토북 판매가 | 2만~3만 원대 | 권당 |
| 포토북 원가 | A4 500부 기준 권당 1만 800원 | 총 540만 원 |
| 포토북 500권 수익 | 권당 2만 5,000원에 팔면 약 500만 원 | 인기 홈마 기준 |
| 사진전 대관 | 3일 약 170만 원 · 입장료 1인 1만 원 | 갤러리 |
| 영상회 대관 | 200석 120분 90만 원 · 입장료 1인 2만 원 | 상영관 |
위 원가·판매가는 국내 매체가 2019년에 정리한 값이다. 지금은 인쇄 단가도 판매가도 달라졌다. 바뀌지 않은 것은 구조다 — 소량 주문은 원가가 판매가에 가깝고, 100장을 넘기는 순간 마진이 생긴다.
'홈마'라는 말부터
한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홈마'**라고 부른다. '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이다. 개인 홈페이지와 팬 사이트가 팬덤의 중심이던 시절, 특정 연예인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
지금은 뜻이 옮겨갔다. 사이트를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그 연예인을 직접 촬영해 사진을 공급하느냐가 기준이 됐다. 팬덤 안에서는 '마스터'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혼동하기 쉬운 인접 개념이 둘 있다.
| 말 | 뜻 |
|---|---|
| 홈마 / 마스터 | 직접 촬영해 사진을 공급하고 굿즈를 파는 팬 |
| 대포 | 홈마가 쓰는 대형 망원 렌즈. 실제로 대포처럼 생겼다 |
| 사생(私生) | 사생활을 침범하며 따라다니는 부류. 홈마와 다른 말이고, 팬덤 안에서도 부정적인 낱말이다 |
홈마와 사생은 팬덤 안에서 구분되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경계가 늘 선명하지 않다. 이 글 뒤쪽에서 그 지점을 다룬다.
왜 그렇게 큰 렌즈가 필요한가
홈마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렌즈 크기로 구분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항이든 공연장이든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멀리서 찍어도 얼굴이 살아야 하고, 어두운 실내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흔들림 없이 찍어야 한다.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밝은 망원 렌즈뿐이고, 그런 렌즈는 비싸다.
시작하는 홈마는 고성능 카메라 본체와 망원 렌즈, 그리고 보정 소프트웨어부터 산다. 취미로 시작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작지 않고, 그래서 회수하려는 동기가 처음부터 붙는다.
굿즈 원가표 — 슬로건 한 장의 마진
여기서부터가 이 문화의 특이한 부분이다. 홈마는 사진을 공짜로 뿌리기만 하지 않는다. 굿즈를 만들어 판다.
| 품목 | 원가 | 판매가 | 남는 것 |
|---|---|---|---|
| 슬로건 (1~9장 주문) | 장당 1만 7,500원 | 1만 8,000원 | 거의 없다 |
| 슬로건 (100장 이상) | 장당 6,000~7,500원 | 1만 8,000원 | 장당 약 1만 1,100원 |
| 포토북 A4 (500부) | 권당 1만 800원 (총 540만 원) | 2만 5,000원 | 500권이면 약 500만 원 |
| 포토북 B4 (500부) | 권당 1만 5,940원 | 3만 원대 | 판형이 클수록 마진이 준다 |
| 사진전 | 3일 대관 약 170만 원 | 입장료 1만 원 | 170명이 손익분기 |
| 영상회 | 200석 120분 90만 원 | 입장료 2만 원 | 45명이 손익분기 |
표에서 읽히는 것은 수량이 전부라는 사실이다. 슬로건 9장을 만들면 500원이 남고, 100장을 만들면 111만 원이 남는다. 원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홈마의 규모는 팔로워 수와 거의 같은 말이 된다 — 몇 장을 찍어낼 수 있느냐가 곧 마진율이다.
이름이 알려진 홈마는 연간 수천만 원대 수입을 올린다고 보도됐다. 한 매체는 이들이 자체 제작 상품을 직접 만들고 파는 '기업형'으로 변모했다고 표현했다.
슬로건이 왜 가장 많이 팔리나
목록에서 회전이 가장 빠른 것은 슬로건이다. 콘서트나 팬미팅에 가면 관객이 목에 걸거나 손에 든 긴 천 조각이 그것이다.
슬로건이 잘 팔리는 이유는 셋이다.
- 공연마다 새로 산다. 응원봉은 한 번 사면 몇 년을 쓰지만 슬로건은 컴백마다, 투어마다 새 디자인이 나온다
- 없으면 눈에 띈다. 좌석 대부분이 같은 천을 들고 있는 공간에서 안 든 사람이 도드라진다
- 싸다. 1만 8,000원은 티켓값에 비하면 반올림 오차에 가깝다
응원봉이 소속사가 파는 공식 굿즈라면, 슬로건은 팬이 팬에게 파는 비공식 굿즈다. 같은 공연장 안에 두 개의 시장이 겹쳐 있는 셈이고, 뒤쪽 시장은 아무도 세지 않는다.
세 가지 문제 — 초상권·과세·사생활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오래 지적돼 온 문제가 셋이다.
첫째, 초상권. 연예인의 초상권은 대개 소속사에 있는데, 홈마는 그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촬영 대상의 동의 없이 찍고 그 이미지로 상품을 만들어 판다. 그런데 소속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 홈마가 만드는 이미지가 그 아티스트의 노출을 늘려 주기 때문이다.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는 구조라 정리가 안 된다.
둘째, 과세. 개인 간 거래 형태를 띠지만 실질은 상거래다. 사업자 등록도 신고도 없이 규모가 커지면서, 이 판매가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셋째, 사생활. 이 대목에서 나온 업계 관계자의 발언이 문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초상권은 고사하고, 해외 공연이 있을 때 자비로 비즈니스 항공권을 끊어 연예인 옆자리에 함께 타고 가면서 비행 내내 사진을 찍는 일부 홈마들이 있어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공항패션 이야기와 이어 놓으면 그림이 완성된다. 소속사는 촬영을 유도하고, 스타는 협찬 옷을 입고 게이트를 지난 뒤 비행기에서 자기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런데 옆자리에 카메라가 앉아 있으면 그 갈아입는 구간까지 사라진다.
좌석을 사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더 다루기 어렵다.
대학 축제까지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문제는 공항과 공연장을 넘어섰다. 아이돌이 대학 축제 무대에 서면서, 캠퍼스가 새로운 촬영지가 됐다.
2024년 5월 인천의 한 대학 축제에서는 홈마들이 촬영을 제지당하자 시비가 붙은 재학생의 얼굴 사진을 그대로 SNS에 공개해 논란이 됐다. 축제의 주인인 학생이 자기 학교에서 초상권을 잃은 것이다.
대학들은 인원 제한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축제 외부인 입장을 2,000명으로 제한했다. 무대를 보러 온 사람과 무대를 팔러 온 사람을 문 앞에서 나눌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 상황 | 알아 둘 것 |
|---|---|
| SNS에서 본 고화질 사진 | 구석의 워터마크나 계정명은 언론사 로고가 아니라 홈마의 서명이다. 재업로드·자르기·보정을 금지하는 계정이 많으니, 퍼 나르기 전에 그 계정의 규칙을 본다 |
| 아시아 투어가 열릴 때 | 방콕·마닐라·자카르타 공연장 앞에 대포 렌즈가 늘어서 있다면 상당수가 한국에서 건너온 홈마이거나 현지 홈마다. 공연 사진이 유독 빨리, 유독 좋은 화질로 도는 이유가 그것이다 |
| 슬로건을 사려면 | 대개 공연일 이전에 온라인 예약 판매로 마감되고 현장 배부는 남은 수량뿐이다. 해외 팬은 배송 때문에 현장 수령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사전 신청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 현지에서 직접 찍고 싶다면 | 공연장 반입 장비 규정을 먼저 본다. 나라마다, 공연마다 다르고 교체식 렌즈 카메라를 아예 막는 공연도 많다. 규정을 어기면 입장 자체가 막힌다 |
| 사진을 굿즈로 만들 생각이라면 | 초상권 문제가 한국에서만 애매한 것이 아니다. 자국의 초상권·상표권 규정을 먼저 확인할 것. 팬 활동으로 시작해도 판매가 붙는 순간 성격이 달라진다 |
홈마는 한국 팬덤에서 애매한 자리에 서 있다. 팬덤이 소비하는 이미지의 상당 부분을 이들이 만들고, 그 덕에 아티스트의 노출이 늘어난다. 동시에 초상권과 사생활의 경계를 계속 밟는다.
이 구조는 K팝 산업의 축소판에 가깝다. 앨범도, 포토카드도, 응원봉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팬덤에서 애정과 상거래는 같은 손으로 이뤄진다.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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