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굿즈를 가장 많이 사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다
한 글로벌 커머스 집계에서 응원봉 판매 1위는 베트남·대만·필리핀·멕시코였고, 영상통화 이벤트 앨범 1위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이었다. 가장 많이 쓴 곳은 말레이시아·필리핀이다.
K팝 굿즈 시장을 한국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지도를 거꾸로 보게 된다.
한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이 공개한 K팝 카테고리 자료에서 응원봉 판매 1위는 베트남·대만·필리핀·멕시코였다. 네 곳 모두 한국이 아니다. 영상통화 이벤트가 걸린 앨범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이 1위였다.
같은 기간 한국 엔터 4사의 MD 매출은 1조 1,000억 원까지 올라왔다. 그 돈을 낸 사람의 상당수가 이 목록 안에 산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기준 |
|---|---|---|
| 응원봉 판매 1위 시장 | 베트남 · 대만 · 필리핀 · 멕시코 | 플랫폼 K팝 카테고리 자료(2023) |
| 영상통화 이벤트 앨범 1위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 태국 | 같은 자료 |
| 체류 시간 1위 | 태국 | 상품 페이지를 가장 오래 본 나라 |
| 절대 매출 최상위 | 말레이시아 · 필리핀 · 브라질 | 모든 세부 카테고리에서 |
| 성장 가능성 상위 | 베트남 · 태국 · 멕시코 | 같은 자료 |
| 자주 언급된 아티스트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블랙핑크 · 트와이스 | 같은 자료 |
| 참고: 한국 엔터 4사 MD 매출 | 1조 1,000억 원 (+40% 이상) | 2025년, 키움증권 |
이 자료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출처를 먼저 밝힌다. 위 순위는 동남아에서 널리 쓰이는 한 커머스 플랫폼이 자사 K팝 카테고리 거래를 집계해 공개한 자료(2023년) 다. 정부 통계도 아니고 업계 전수조사도 아니다.
그래서 한계가 분명하다. 그 플랫폼이 강한 시장과 약한 시장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 팬들이 주로 다른 채널(공식 글로벌 스토어, 현지 오프라인 매장, 공동구매)을 쓴다면 그 나라 숫자는 실제보다 낮게 잡힌다. 일본이나 미국이 이 목록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게 읽어야 한다 — 안 산다는 뜻이 아니라 여기서 안 산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자료가 쓸모 있는 이유는 순위 자체보다 한 플랫폼 안에서 나라끼리 비교했다는 점에 있다. 같은 조건에서 잰 값이라 국가 간 상대 크기는 신뢰할 만하다.
덧붙여 이 값은 2023년이다. 아래에서 다루는 2025~2026년 시장 규모와는 기준 연도가 다르므로, 두 숫자를 곱하거나 이어 붙이지 말 것.
세 가지 지표가 서로 다른 나라를 가리킨다
이 자료의 진짜 재미는 지표마다 1위가 다르다는 데 있다.
| 무엇을 재는가 | 1위 | 뜻 |
|---|---|---|
| 상품 페이지 체류 시간 | 태국 | 보고, 비교하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는 시간의 총량 |
| 절대 매출액 | 말레이시아 · 필리핀 · 브라질 | 실제로 결제된 금액 |
| 성장률 | 베트남 · 태국 · 멕시코 | 시장이 커지는 속도 |
| 응원봉 단일 품목 | 베트남 · 대만 · 필리핀 · 멕시코 | 카테고리 판매 1위 |
세 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가장 오래 보는 곳은 태국, 가장 많이 쓰는 곳은 말레이시아·필리핀, 가장 빨리 크는 곳은 베트남·태국이다.
체류 시간과 매출이 갈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오래 본다는 것은 관심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고, 살지 말지 오래 고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격 부담, 배송비, 결제 수단 같은 마찰이 클수록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진다.
품목별로 1위가 갈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응원봉은 공연에 가져갈 물건이고, 영상통화 이벤트 앨범은 아티스트와 직접 만나는 기회를 사는 것이다. 전자가 강한 시장과 후자가 강한 시장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K팝 팬이라도 나라마다 돈을 쓰는 지점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 지도는 한국 회사의 실적표에서도 보인다
플랫폼 자료가 2023년이라면, 그 흐름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는 국내 상장사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 국내 엔터 4사 MD 매출 2025년 1조 1,000억 원,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
- 2026년 시장은 1조 6,000억 원 규모로 전망
- YG는 2026년 1분기에 상·제품 매출 653억 원으로 공연 매출(309억 원)의 두 배를 넘겼다
- SM은 2분기에 음반·음원이 줄었는데 MD·라이선싱이 22.0% 늘었다
굿즈가 이 정도로 커지면 어느 시장에 물량을 먼저 보낼지가 회사의 실제 의사결정 항목이 된다. 그 판단의 근거가 위 순위표다. 응원봉 가격이 어떻게 짜이는지는 응원봉 4만 원의 원가 구조에서, 회사 쪽 숫자는 SM 2분기 실적에서 따로 다뤘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 알고 싶은 것 | 이 자료가 말해 주는 것 | 실제로 할 수 있는 일 |
|---|---|---|
| 물건을 구할 수 있을까 | 판매가 몰리는 시장은 물량 배분에서 뒤로 밀리지 않는다 | 자기 나라가 특정 품목 1위라면 그 품목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다. 재입고 알림을 걸어 둘 값어치가 있다 |
| 왜 투어가 우리나라에 오나(안 오나) | 굿즈 판매는 공연 수익의 큰 부분이다 | 응원봉이 잘 팔리는 시장과 투어 기착지가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 팬덤이 목소리를 낼 때 | 감정이 아니라 판매 순위를 들 수 있다 | "우리 나라에도 와 달라"에 숫자를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 어디서 사는 게 나은가 | 이 순위는 한 플랫폼 안의 값이다 | 공식 글로벌 스토어·현지 정식 유통·공동구매를 값과 배송비까지 넣어 비교할 것 |
| 왜 우리나라만 비싼가 | 관세·배송비·현지 유통 마진이 각각 붙는다 | 정가만 비교하면 답이 안 나온다. 최종 결제액으로 비교한다 |
위 표에 나오지 않지만 실제 구매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경로가 하나 더 있다. 공동구매다. 한 사람이 대표로 주문해 여러 명에게 나누는 방식이고, 한국 팬덤에서 '공구'라고 부른다. 배송비와 최소 주문 수량 조건을 나눠 지기 위해 생긴 관행인데, 동남아 팬덤에서는 여기에 환율과 통관 절차까지 대행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값이 싼 대신 판매자가 개인이라 문제가 생겼을 때 기댈 곳이 없다. 처음이라면 공식 채널에서 한 번 사 보고 그 값을 기준선으로 삼는 편이 안전하다.
베트남·태국 독자에게는 마지막 줄이 특히 해당한다. 두 나라는 성장률 상위에 있는데, 그 말은 아직 유통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식 채널과 개인 판매가 섞여 있고 가격 편차가 크다. 사기 전에 판매자가 공식몰인지 개인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실질적인 절약이다.
그리고 이 자료가 알려 주는 가장 큰 사실은 순위가 아니다. K팝 굿즈 시장의 중심은 이미 한국 바깥에 있고, 그 중심의 상당 부분이 동남아다.
더 읽을거리
- 응원봉 4만 원의 원가 구조 — 이 목록에서 1위인 그 품목
- SM 2분기 실적과 하반기 13팀 — MD가 앨범 자리를 메운 분기
- 포토카드 되팔기 시장 — 정가 위에 붙는 값
- 인형 하나가 국경을 넘는 데 필요한 것 — K팝이 아닌 캐릭터 쪽 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