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그 물건은 화면의 4분의 1까지 — 10월부터 3분의 1
방송법 시행령은 간접광고를 총 방송시간 5% 이내, 한 브랜드당 30초 이내, 화면의 4분의 1 이내로 정해 왔다. 그 한도가 2026년 10월부터 3분의 1이 된다. 인기작 PPL 단가는 10억 원 이상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배우가 바르는 립 제품, 마시는 음료, 타는 차가 궁금해 화면을 멈춰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개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저건 우연히 놓인 걸까, 돈을 받고 놓은 걸까.
답은 대체로 후자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물건의 크기와 노출 시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법이 지금 바뀌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오래 인용돼 온 '화면의 4분의 1'은 2026년 10월부터 3분의 1이 된다. 즉 앞으로 나올 드라마에서 물건은 더 크게 보인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현행 | 2026년 10월 시행 예정 |
|---|---|---|
| 화면 내 제품 크기 | 화면의 4분의 1 이내 | 3분의 1 이내로 확대 |
| 노출 총량 | 총 방송시간의 5% 이내 | 유지 |
| 한 브랜드당 | 30초 이내 | 유지 |
| 중간광고 허용 길이 | 45분 이상 프로그램 | 30분 이상으로 확대 |
| 중간광고 횟수(45~60분) | 1회 | 2회 |
| 중간광고 횟수(60~90분) | 2회 | 3회 |
| 배제 장르 | 어린이·보도·시사·토론 | 유지 |
| 일정 | 입법예고 종료 2026년 7월 27일 | 9월 공포 · 10월 시행 예정 |
간접광고가 언제, 왜 합법이 됐나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 는 프로그램 안에 상품을 등장시켜 노출하는 광고다. 한국에서는 2010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정식 허용됐다. 그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금지였고, 그래서 옛 드라마에서는 상표를 테이프로 가리거나 로고를 지운 화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허용하면서 한도를 함께 걸었다. 위 표의 세 줄 — 총 방송시간의 5%, 한 브랜드당 30초, 화면의 4분의 1 — 이 그것이다. 어린이 프로그램과 보도·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아예 대상에서 빠진다.
이 세 줄을 알고 나면 드라마가 다르게 보인다. 인물이 음료를 들고 라벨을 카메라 쪽으로 돌린 채 대사를 이어 가는 장면, 차에 타기 전 그릴을 한 번 비추는 컷 — 그 길이와 크기는 연출가의 취향이 아니라 계산된 값이다.
특히 '한 브랜드당 30초'라는 한도가 화면 문법을 만든다. 한 번에 길게 보여줄 수 없으니 짧게 여러 번 나눠 쓴다. 같은 카페가 여러 회에 걸쳐 반복해서 나오거나 같은 음료가 계속 등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한도를 나눠 쓰는 방식이다.
왜 지금 규칙을 넓히는가 — 방송사 쪽 숫자
규제 완화의 배경에는 방송사 재무제표가 있다.
| 지표 | 값 |
|---|---|
|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 | 2조 134억 원 (전년 대비 -12.3%) |
| 지상파 영업손실 | 1,174억 원 (3년 연속 적자) |
| 지상파 광고 장기 추세 | 2015년 약 1조 9,000억 원 → 2024년 약 8,000억 원 (-56%) |
| 참고: 국내 광고산업 총 취급액 | 2024년 19조 7,885억 원 (+1.9%) |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광고 시장 전체는 늘었는데 방송 광고만 반 토막이 났다. 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화면으로 옮겨 갔다는 뜻이고, 그 화면이 어디인지는 한국인의 앱 사용시간 표가 보여 준다 — 유튜브 월 1,136억 분, 넷플릭스 56억 1,000만 분이다.
그래서 정부는 남은 방송 화면에서 광고가 차지할 수 있는 면적과 횟수를 넓히는 쪽을 택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것은 앞으로 드라마 안의 물건이 더 크게, 더 자주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팔린다 — 그것도 국경 밖에서
효과는 숫자로 남아 있다. 인기 드라마의 PPL 단가는 단일 브랜드 10억 원 이상이고, 이 가격이 유지되는 이유는 팔리기 때문이다.
tvN 〈눈물의 여왕〉(2024) 에는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를 포함해 고급 차량 9종이 등장했다. 벤츠 코리아는 방영 기간에 온라인 쇼룸 방문자가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퍼센트 늘었다고 밝혔다.
동남아 독자에게 더 직접적인 사례는 이쪽이다. KBS2 〈태양의 후예〉(2016) 에서 송혜교가 사용한 라네즈 '투톤 립 바' 는 싱가포르 매장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찍은 한 장면이 다른 나라 매장의 계산대 숫자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PPL이 단순한 국내 광고가 아닌 이유다. 드라마는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데 그 안의 물건도 함께 넘어간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드라마 협찬에 이 정도 금액을 쓰는 이유는 국내 매출이 아니라 해외 매장의 진열대에 있다.
'완판녀'라는 말
이 현상에는 한국어 이름이 붙어 있다.
완판(完販) 은 물건이 다 팔렸다는 뜻이다. 여기에 사람을 붙여 완판녀·완판남이라고 부른다. 그 사람이 착용하거나 사용한 물건이 품절됐다는 뜻이고, 한국 연예 기사에서 아주 자주 쓰인다.
이 말이 흥미로운 것은 광고가 아닌 경우에도 쓰인다는 점이다. 협찬받아 광고에 나온 제품이 팔리면 그건 광고의 성공이다. 그런데 배우가 공항에서 사적으로 들고 나온 가방이 품절되면 그건 성격이 다른 사건이다. 한국어는 두 경우를 같은 단어로 부른다. 즉 이 말은 광고 효과를 재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영향력을 재는 말에 가깝다.
시청자는 몰라서 속는 게 아니다
주목할 것은 시청자 반응 조사다.
- PPL이 시청 몰입을 방해한다: 58.9% (매우 방해 15.8% + 약간 방해 43.1%)
- PPL에 거부감을 느낀다: 55%
- 법적 허용 수준을 넘는 PPL이 있다고 본다: 68.5%
절반 이상이 불편해하는데도 시장은 커지고 규제는 완화된다. 이 간극이 지금 한국 PPL의 상태다.
여기서 읽을 것은 시청자가 PPL을 몰라서 속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 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아예 대놓고 웃음의 소재로 삼는 연출이 늘었다. 인물이 어색할 만큼 또박또박 브랜드명을 말하고 다른 인물이 그걸 놀리는 식이다. 규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시청자와 공유된 농담으로 바꾼 것에 가깝다.
그래서 당신 나라에서는
| 상황 | 왜 그런가 | 어떻게 할 것인가 |
|---|---|---|
| 그 제품을 찾고 싶다 | 협찬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들어간다 | 방영 중이거나 직후가 가장 찾기 쉽다. 몇 년 지난 작품의 그 제품은 단종됐을 가능성이 높다 |
| 브랜드는 알겠는데 색·품번을 모르겠다 | 화면에 번호가 보이지 않는다 | 한국 팬 커뮤니티와 뷰티 계정이 '○○ △화 립 컬러' 형식으로 정리한다. 공식 발표보다 빠르다 |
| 자국에서 안 팔린다 | 한국 내수 전용 라인이 상당수다 | 자국 공식몰 → 없으면 한국 구매대행 → 여행 일정 순으로 본다. 올리브영·다이소에서 실물로 찾는 편이 빠른 품목도 많다 |
| 차·가전을 검색했는데 안 나온다 | 같은 브랜드라도 한국 사양과 자국 사양의 모델명이 다르다 | 모델명이 아니라 연식 + 등급으로 자국 공식 사이트에서 다시 찾는다 |
| 앞으로 달라지는 것 | 2026년 10월부터 화면 점유 한도가 3분의 1로 넓어진다 | 제품이 더 크게 잡히므로 화면을 멈추면 라벨을 읽기 쉬워진다. 색 이름까지 보이는 경우가 늘 것이다 |
베트남·태국 독자에게 특히 해당하는 것은 세 번째 줄이다. 라네즈처럼 동남아 유통망이 이미 깔린 브랜드는 자국 매장에서 같은 제품을 살 수 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물건의 상당수는 한국 편의점·올리브영·다이소 같은 국내 유통 채널 전용 상품이다. 한국 여행 일정이 있다면 그 목록을 따로 만들어 두는 편이 낫다.
더 읽을거리
- 한국인이 유튜브에 쓴 시간은 넷플릭스의 20배다 — 방송 광고비가 어디로 옮겨 갔는지
- 올리브영에서 외국인이 실제로 사 가는 것 — 드라마에서 본 화장품을 실물로 찾는 곳
- 다이소 화장품, 전부 5,000원 이하 — 같은 카테고리의 저가 대안
- 청령포 방문객이 640% 늘었다 — 화면에 나온 것이 팔리는 또 다른 방식
- 드라마에 나오던 그 커피사탕은 한국에서 살 수 없던 물건이었다 — 이 한도를 사는 쪽은 누구인가